이야기 18. AI 시대에 UX가 중요한 이유

전세계 어떤 나라에서 강의를 하든, 나의 첫날 강의는 항상 자기 소개 시간으로 시작한다. 일단 나의 강의에서 내가 가르쳐야 할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알고 싶어서이기도 하고, 다른 이유는 준비된 강의가 혹시나 잘못된 기대를 가지고 들어온 고객들에게 기대 수준을 조절하기 위해서 이기도 하다.

대략 2-3년 전으로 기억한다. 그 날도 어김없이 호주의 어느 고객사 교육을 자기 소개로 시작하고 있었다. 그 중 한 고객이 눈에 띈다. 스스로를 UX(User Experience)디자이너라고 소개한다. 나의 교육에는 보통 데이터분석가, 데이터과학자 혹은 개발자, 마케팅 담당자등 실제로 프로젝트를 하거나 혹은 솔루션을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므로 그녀가 어떻게 교육에 오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나의 질문에 그녀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나는 지금껏 UX디자이너로 일을 해 왔는데, 요즘 마케팅 담당자들과 일하게 되면서 내가 하는 디자인이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싶어졌다.”

오호! 난 그녀가 매우 선견지명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 때만 해도  UX가 온 세상과 디지털로 연결이 되는 세상이 곧 올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거나 준비한 사람들은 별로 없어보였다. 최소한 내가 만났던 많은 고객들은 그랬다. (애석하게도 아직 한국의 많은 고객들은 여전히 감이 별로 없어보인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모든 디지털 마케팅은 경험(Experience)이라는 단어로 도배가 되는 세상이 되지 않았던가.

여기어 잠깐, UX(User Experience)와 UI(User Interface)가 혼돈스러운 많은 분들이 있어서 간단히 정리하고 넘어가보자. 사람의 몸을 웹사이트로 치면, 뼈에 해당하는 부분이 바로 프로그램 코드다. 이에 비해 몸의 기능을 담당하는 내장 기관에 해당하는 것이 UX 이고, 감각 또는 반응을 담당하는 감각기관, 몸을 싸고 있는 피부의 역할을 하는 것이 UI 이다. 실제로 보여지는 부분은 UI이지만 이것들이 제 기능을 하도록 프로세스화 하는 것은 UX의 영역이다.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가 대세로 떠오르는 요즘, HBR에 지난 몇 년전의 그 고객을 떠올리는 글이 하나 있어서 그 내용을 소개보고자 한다. (AI Won’t Change Companies Without Great UX by Michael Schrage, APRIL 06, 2017, HBR)

AI 알고리즘이 기업의 곳곳에 스며드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조직의 학습은 기계의 학습만큼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많은 회사의 경영진은 이제 어떻게 하면 이 똑똑한 시스템을 통해서 회사의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에 이른다. 당연히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재설계, 향상된 교육은 매우 중요해졌다. 그런데 사실은 이보다 중요한 것이 ‘실제 업무와 고객과의 상호 작용에 기반한 Use case(실제 사용 사례)’라는 사실은 쉽게 간과된다. 알고리즘이 실제 Use case 보다 우월하다고 믿는 실수, 그래서 일이 실제로 어떻게 되었느냐를 알기 전에 최적화 기술에 먼저 우선 순위를 두는 것은 매우 잘못된 접근 방식이라고 이 저자는 경고한다.

사람이 완전이 배제된 어떤 프로세스에서 그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AI 알고리즘은 ‘사람’들의 일을 단순하고, 쉽고, 생산적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활용이 되어야 한다. 이 의미는 AI가 활용이 되어야 할 Use case가 어디인가를 식별하여, AI가 사람이 하는 일에 더 능률적 효과적으로 그 일이 진행될 수 있도록 활용이 되어야 하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반대로 지금껏 많은 기업들은 이 똑똑한 AI에 자율성과 통제권을 부여해서 더 많이 학습을 시킨 후, 이 알고리즘의 결과를 가지고 의사 결정의 도구를 활용하려고 했다. 이는 가능하면 사람과의 소통이 제거된, User case가 고려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전략적으로 말하자면, 데이터에 기반한 AI 알고리즘보다는 고민하고 잘 만들어진 UX 디자인이 더 중요하고 의미있다. 잘 만들어진 UX 디자인이, 머신러닝 시스템을 더 잘 학습하게 도와 줄수 있어서 조직을 더 스마트하게 만든다. 데이터과학자들의 대부분은 Use case를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UX 에서 더 많은 인사이트를 얻는다. 보다 명확하고 깨끗하게 정리된 Use case에 집중을 한다는 것은 AI와 사람간의 보다 생산적인 협업관계를 가능하게 한다는 의미다. 다른 의미로 이것은, AI과 인간 사이의 분업에 대한 이야기 이기도 하다. AI를 도입하는 기업은, 어떻게 하면 더 알고리즘을 더 똑똑하게 만들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Use case를 발전시키고 더 나은 방향으로 전개해 나가게 하는가로 생각을 전환해야한다. 그게 결국은 더 많은 좋은 결과를 안겨주는, 결과적으로 남는 장사라는 것이다.

여기에 AI에 모든 권한을 주는 대신, AI의 힘을 등에 업고 인간이 주도권을 가지게 하는 대표적인 5가지 Use case를 살펴보자.

Use case 1: 보조자 (Assistants)

알랙사, 시리 등은 이미 AI 보조자로서의 Use case를 구현했다. Amazon의 표현의 빌리자면, 보조자는 중간 정도 복잡한 작업을 수행 할 수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매우 간단하고 직관적인 인x터페이스 덕분으로 음성 또는 챗봇에 의한 중재가 없이도 이것들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한다. 그것들의 효과는 알고리즘을 통해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어떻게 이것들이 정확히 인지하게 하느냐에 관심이 있다. 이 디지털 보조자가 더 똑똑하고 지식이 풍부 해짐에 따라 업무 범위와 레퍼토리는 확장되는데, 가장 효과적인 조수는 사용자에게 적시에 핵심 단어를 사용한 질문을 하고  이 상호 작용으로 더 학습하고 더 똑똑해 진다.

Use case 2 : 가이드 (Guides)

보조자가 요청된 작업을 수행하는 것에 비해, 가이드는 사용자가 겪는 작업의 복잡성을 탐색하여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Waze를 사용하여 공사 때문에 혼잡한 도시 간 운전을 원활하게 해 주는 것이 그 한 예이고, 증강 현실 도구를 사용하여 모바일 장치 또는 HVAC(heating, ventilation, air conditioning, 즉 난방, 통풍, 공기 정화 – 실내 및 자동차 환경의 안락을 위해 쓰이는 기술 시스템) 을 진단하고 수리하는 것이 또 다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가이드로서의 AI는 디지털의 힘으로 사람들에게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실수가 발생한 경우 원하는 목적지로 가게 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이 무엇인지를 제안한다.

Use case 3: 컨설턴트(Consultants)

AI 컨설턴트는 직원이 어떤 시간 내에 해결 해야할 문제에 대한 전문 지식이나 맞춤식 조언이 필요한 지식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면에서 가이드나 보조자의 역할 보다는 훨씬 스마트하다. 다른 인간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컨설턴트는 옵션과 설명뿐 아니라 그 논리와 이유를 제시하기도 한다. 이 로봇 어드바이저는 엄밀히 보면, 기능적인 지식 예를 들면 일정관리, 비용 관리, 리소스 할당, 구매 등에 업무를 지원하지만 산업 분야의 전문 도메인 지식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User case 4: 동료 (Colleagues)

AI 동료는 컨설턴트와 유사하지만, 어떤 지협적인 상황에서 데이터에 기반한 분석 방식으로 지원하게 된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이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은 조직 자체에 대한 지식이다. AI 동료는 직장 관련된 분석, 기업 예산, 일정, 계획, 우선 순위 및 프리젠테이션 필요하다면 이메일에 액세스하여 동료에게 조직에 대한 조언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도구이기보다는 동료로서의 역할을 하는데, 현명한 커뮤니케이션을 도와주고 조직에서의 위험 등을 인지해서 조언해주는 로봇 친구의 역할이다.

User case 5:보스 (Boss)

동료나 컨설턴트가 조언을 한다면, AI보스는 직접적으로 지시를 하는 역할을 한다. AI보스는 인간에게 다음에 해야 할 일을 알려주는데, 선택 및 모호성을 제거하여 명령 및 지침을 준수하도록 설계된다. 예를 들면, 이것을 시작하고, 이것은 하지말고, 이 일정을 변경하고, 이 예산을 줄이라는 등 직접적인 지시를 하게 된다. 이것은 자칫 인간을 종속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될 수 있으나, 이 AI의 보스다움은 인간에 의해서 검증되고 테스트되도록 해야되며 인간이 불복종을 할 경우에 인간이 어떤 재제를 받도록 설계를 해서는 안된다.

이 다섯가지의 범주에서 기본이 되어야 하는 것인 신뢰와 투명성이다. 나의 로봇 동료가 하는 조언을 어디까지 신뢰할까? 이 로봇 보스가 지시하는 일을 믿고 실행해도 되나? AI의 진화는 그들이 우리의 친구가 될 수도 우리의 경쟁자가 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Use case는 어떤 종류의 행동, 인터페이스와 상호작용이 인간과 기계사이의 신뢰를 형성하게 하는지 선별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또한 스마트한 인간/스마트한 기계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더 중요한 부분은 회사들이 어떤 가치를 가지고 이 기술적인 진보를 가속화하느냐에 따라 달라질수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의 현실을 한번 돌아볼까 한다. 임마누엘 패스트라쉬 교수가 중앙일보 칼럼에 쓴 칼럼의 일부분을 발췌한다.

“새로운 자동차나 로봇은 한국인들에게는 뭔가 기적적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접근법은 기술적인 성취에 대한 경외감을 불러넣지만 기존의 사고에 안주하게 만들고 비판적인 분석 능력을 급격히 떨어뜨린다…우리는 과학적 방법론을, 보다 많은 기술의 개발보다는 기술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사용할 필요가 있다.”

위의 글에서 UX로 표현된 모든 부분의 다른 말은 ‘인간에 대한 이해와 소통’이다. 기술에 대한 피상적인 발전에 도취가 된 우리 산업 현실은 자칫 사람에 대한 배려, 프로세스나 철학에 대한 고민없이 하드웨어에 국한된 AI에 관심을 가지게 되지는 않을까하는 우려스럽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이제 기술의 속도 혹은 그 양이 아니라 방향 혹은 그 성숙도가  아닐까. AI의 시대에 UX가 중요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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